과거, 영화 <녹색광선>의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인 ‘장은영’ 배우가 실종되는 미스테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마무리해 개봉하지만, 대중의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결국 은영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사람들은 은영이 죽었다고 믿었다. 그렇게 은영은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장은영 배우의 오랜 친구이자, <녹색광선>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도은호’는 이후 오랫동안 차기작을 찍지 못하고 긴 슬럼프를 겪는다. 영화 연출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FM 영화음악’이라는 심야 라디오방송 DJ를 맡아 진행 중이다. 매년 은영의 기일이 돌아오면 은호는 장은영 배우를 회상하며 은영이 부른 영화 삽입곡을 방송에 튼다.
은호는 극심한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정신과 상담을 받던 중, 오래 만났던 애인과도 이별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어느 날 <녹색광선>의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지며, 사람들은 <녹색광선>을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관련 자료가 없어져 검색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단지 오래전 시나리오 공모전에 도은호가 쓴 <녹색광선>이 수상했다는 기록과 사진만 남아있을 뿐이다. 당사자인 은호만이 영화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았다.
모처럼 휴가를 받은 은호가 <녹색광선>의 촬영지였던 제주로 여행을 떠난다. 은영과의 추억을 회상하던 중, 영화 <녹색광선>의 한 장면처럼 우연히 바닷가에서 ‘녹색광선’을 목격하며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영화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은호는 당황스럽지만, 영화 속 은영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교차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은영은 은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은호는 은영의 주변을 계속 맴돈다.
은영을 관찰하던 은호가 매번 반복되는 영화 속 삶에 염증을 느낀 은영에 의해 영화가 사라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은영은 주변을 맴도는 은호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호감을 느낀다. 이후 은호가 영화 밖에서 들어온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은영 스스로도 더 이상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영화배우 장은영으로 자각하게 된다.
은호와 은영은 오래된 친구였지만, <녹색광선> 촬영 당시 오해가 쌓여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은영. 어쩌면 은호 때문에 자신이 영화 속에 갇혀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은호를 원망한다. 하지만 당시 은호의 진심을 알게 되고 오해는 서서히 녹아내린다. 두 사람이 석양을 바라보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데, 저 멀리 수평선에서 ‘녹색광선’이 나타난다.